최근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 경영이 확산되면서 많은 기업들이 '순환경제(Circular Economy)' 모델에 주목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친환경 캠페인을 넘어, 기업의 핵심 비즈니스 모델로 자리 잡고 있으며 수익성과 지속가능성을 동시에 추구할 수 있는 전략으로 평가받는다. 본 글에서는 기업들이 실제로 채택하고 있는 순환경제 기반의 비즈니스 모델을 6가지로 나누어 살펴보고, 각각에 대한 구체적인 예시를 통해 이해를 돕고자 한다.
1. 제품-서비스 시스템(Product-as-a-Service)
제품을 '판매'하는 대신 '서비스'로 제공하는 방식이다. 소비자는 제품을 소유하지 않고 사용에 대한 비용만 지불하며, 기업은 제품을 회수하고 유지보수, 업그레이드, 재판매 등 다양한 방법으로 자원을 순환시킬 수 있다.
예시:
- 필립스(Philips)는 공장과 사무실에 LED 조명을 설치하고, 이를 조명 서비스 형태로 제공한다. 기업은 조명 설비를 소유하지 않고, 조명 사용 시간과 효율에 따라 요금을 지불한다. 사용이 끝난 조명은 필립스가 회수하여 재활용하거나 리퍼 제품으로 재생산한다.
- 제록스(Xerox)는 복합기를 판매하지 않고, 일정 비용을 받고 복사기/프린터를 임대해 주며, 토너 교체, 수리, 재활용 등을 포함한 토탈 서비스를 제공한다.
2. 폐자원 기반 생산(Upcycling & Urban Mining)
제품 생산 시 기존에 버려지는 자원을 수거하여 새로운 자원으로 재탄생시키는 모델이다. 자원 낭비를 줄이고 원재료 구매 비용도 절감할 수 있다.
예시:
- 코오롱인더스트리는 폐페트병을 수거해 고급 폴리에스터 원단인 '리젠'을 개발하고, 이를 패션 브랜드 플리츠마마와 협업하여 에코백, 의류 등으로 생산하고 있다.
- 애플(Apple)은 중고 아이폰을 수거한 뒤, 해체 로봇 '데이지'를 통해 희귀 금속을 추출하여 신제품 생산에 재사용한다.
3. 제품의 모듈화 및 수명 연장
제품을 쉽게 분해, 수리, 교체할 수 있도록 설계하여 수명을 늘리고, 폐기를 최소화하는 모델이다. 소비자 만족도를 높이는 동시에 자원 낭비를 줄일 수 있다.
예시:
- 페어폰(Fairphone): 네덜란드의 스마트폰 브랜드로, 부품 교체가 쉬운 모듈형 스마트폰을 제작. 카메라, 배터리, 스크린을 간단한 드라이버로 교체 가능.
- 이케아(IKEA): 조립식 가구를 기반으로, 일부 국가에서 고객이 사용하던 가구를 되사들이고, 수리 후 다시 판매하는 'Buy Back & Resell' 프로그램 운영.
4. 폐기물 수거 및 자원화 플랫폼
폐기물을 단순히 버리는 것이 아니라, 이를 자원으로 전환하는 수거 및 유통 플랫폼을 운영하는 비즈니스 모델이다.
예시:
- 테라사이클(TerraCycle): 재활용이 어려운 쓰레기(칫솔, 커피캡슐 등)를 수거하여 가방, 벤치, 화분 등 업사이클 제품으로 전환. P&G, 네슬레 등과 협업해 Loop 플랫폼을 통해 용기 재사용 시스템 운영.
- 리사이클링 업체 '리코(RECO)': 건설 현장의 폐콘크리트를 회수해 신소재로 재활용하며, 순환 자재를 공급하는 온라인 플랫폼을 구축 중이다.
5. 공유경제와 순환경제의 융합
제품을 '공유'하는 방식으로 사용 빈도를 극대화하고, 자원의 효율적인 사용을 유도하는 모델이다. 제품이 장시간 놀지 않도록 하여 생산량을 줄이고 탄소발자국도 감소시킨다.
예시:
- 나눔카, 쏘카: 자동차를 필요할 때만 빌려 쓰는 서비스로, 개인 소유 차량 수를 줄이고 자동차 생산 수요 감소에 기여.
- 렌트더런웨이(Rent the Runway): 미국의 의류 렌탈 서비스로, 드레스나 패션 아이템을 일시적으로 빌려 입을 수 있어 패션 폐기물을 줄이는 데 기여.
6. 폐기물 없는 디자인(Zero-Waste Design)
제품을 처음부터 폐기물이 발생하지 않도록 설계하는 방식이다. 소재의 재활용 가능성, 제조 시 남는 자투리, 폐기 후 생분해 여부 등을 고려해 설계한다.
예시:
- 스텔라 매카트니(Stella McCartney): 재활용 나일론, 비건 가죽을 사용하는 고급 패션 브랜드로, 폐기물 없는 디자인과 생산 공정으로 유명.
- 파타고니아(Patagonia): 불필요한 포장을 없애고, 의류의 수선을 장려하는 'Worn Wear' 프로그램을 통해 제품 수명을 늘리고 폐기물 발생을 최소화.
순환경제 비즈니스 모델은 단순한 친환경 이미지 구축을 넘어, 비용 절감, 브랜드 가치 상승, 규제 대응, 소비자 신뢰 확보 등 다양한 이점을 제공한다. 앞으로의 기업은 순환경제적 사고방식을 제품 개발, 서비스 기획, 유통 전략 전반에 도입함으로써 지속 가능한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 이제는 단순한 "친환경"을 넘어, '순환 가능성'이 기업 성공의 핵심 키워드로 자리 잡고 있다. 기업과 소비자가 함께 순환경제를 실현할 때, 우리는 보다 지속 가능한 미래를 만들어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