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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블루·그레이 수소의 LCA 비교: 탄소발자국과 시스템 경계의 함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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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깔(컬러)만 보면 틀린다"

 

수소를 설명할 때 흔히 그린(재생 전력 기반 수전해), 블루(개질+CCUS), 그레이(개질, 포집 없음)로 나눈다. 이 분류는 직관적이지만, 전 과정(원료 채굴→생산→저장·운송→최종 사용)에서 발생하는 배출을 엄밀히 계산하는 LCA(Life Cycle Assessment, 전과정평가) 관점에서는 불충분하다. 같은 “그린”이라도 쓰는 전기의 시간대 배출계수, 같은 “블루”라도 CO₂ 포집률과 상류 메탄 누출률, 같은 “운송”이라도 압축/액화/캐리어 변환 손실에 따라 kgCO₂e/kg-H₂ 값이 크게 달라진다. 그래서 “무조건 그린이 제일 깨끗하다”는 단정은 위험하다.

 

 

 

 


 

LCA에서 꼭 정해야 할 두 가지: 시스템 경계가정값

 

1) 시스템 경계

  • Cradle-to-Gate(크래들→게이트): 원료 채굴·정제부터 수소 생산시설 문 앞까지. 전력·열의 간접배출, 상류(가스 채굴) 누출, 설비 제작의 내재배출을 어디까지 포함할지 명확히 해야 한다.
  • Well-to-Gate(웰→게이트): 특히 화석 기반에서는 가스전–처리–송배관의 메탄 누출을 포함한다.
  • Gate-to-Gate: 공장 내부만 보려는 R&D/설계 단계에서 쓰이지만, 정책·인증에는 대부분 부적합하다.
  • Gate-to-Use/Grave: 저장·운송(압축/액화/캐리어), 최종 사용(연료전지·연소)의 배출까지 잇는다. 수송·보관 과정의 에너지 페널티가 크면 “그린”도 불리해질 수 있다.

2) 핵심 가정값(예시 항목)

  • 전력 배출계수 gCO₂e/kWh(시간대·지역별): 24/7 매칭 여부가 결정적.
  • 수전해 효율(AC→H₂, kWh/kg): BOP(펌프·냉각·건조), 압축 포함 여부.
  • SMR/ATR 효율, CO₂ 포집률, 메탄 누출률(상류·중류): 블루/그레이의 성패.
  • 저장·운송 옵션: 200–700bar 압축, 액화(−253℃), 암모니아/LOHC 변환과 역변환(크래킹, 탈수소화).
  • 설비 내재배출(전해조·촉매·탱크 제작 등): 장주기 프로젝트에서는 무시할 수 없다.

 


 

민감도(센서티비티): 무엇이 결과를 흔드는가

  • 전력의 질(그린)
    그린 수소는 전력 배출계수에 가장 민감하다. 예를 들어 1 kg-H₂에 55 kWh가 들어가고 압축·건조에 3 kWh가 추가된다 치자.
    • 재생 전력 90% 이상, EF=50 g/kWh: (58×50)/1000 ≈ 2.9 kgCO₂e/kg
    • 혼합계통, EF=300 g/kWh: (58×300)/1000 ≈ 17.4 kgCO₂e/kg
      같은 “그린”이라도 시간대 매칭을 안 하면 간극이 이 정도로 커진다.
  • 포집률·누출(블루)
    블루의 핵심은 포집률(≥90–95%)과 메탄 누출(가능한 낮게, 0.2~0.5%대)이다. 포집률 95%·누출 0.2%라면 그레이 대비 큰 개선이지만, 포집률이 75%이고 누출 1~2%면 체감 감축률이 반 토막난다. 포집 CO₂의 영구격리와 누출의 측정·검증(MRV) 체계가 필수다.

 

  • 저장·운송 스킴
    • 압축(350–700bar): 에너지 페널티가 비교적 작아 근거리·분산 수요에 유리.
    • 액화: 대량·중거리 장점, 액화 전력 소모와 **보일오프(기화 손실)**가 크다.
    • 암모니아/LOHC: 액체 물류 장점, 합성·분해(크래킹·탈수소화) 열이 비용·배출을 늘린다.
      물류 선택 하나가 LCA의 덧셈을 크게 바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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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스 스터디: “그린 vs 블루”가 역전되는 순간

  • 케이스 A: 24/7 매칭형 그린
    사막/해상 풍력+태양광 PPA로 시간대 매칭 90% 이상, EF≈50EF\approx 50 g/kWh, 수전해 55 kWh/kg, 보조 3 kWh/kg → 약 2.9 kgCO₂e/kg.
    운송은 30km 배관(저압), 보일오프 없음. 그린이 명백히 유리.
  • 케이스 B: 혼합계통 그린 + 액화 수출
    낮엔 재생, 밤엔 석탄·가스 백업 → 평균 EF≈450EF\approx 450 g/kWh. 액화·선적·기화 손실 포함 전력상당 12~15 kWh/kg 추가 → (55+3+15)×450/1000 ≈ 33.3 kgCO₂e/kg.
    이 경우, **하이포집 블루(포집 95%, 누출 0.2%)**가 그린보다 낮은 배출을 보일 수 있다.
  • 케이스 C: 블루(포집률 80%) + 상류 누출 1.5%
    포집이 기대보다 낮고 누출 관리가 허술하면 그레이 대비 개선폭이 급감한다. “블루”라는 라벨만으로는 신뢰하기 어렵다.

교훈: “색깔”이 아니라 시간·공간·경로를 포함한 데이터로 판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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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CA 결과를 읽는 법: 숫자 하나보다 분포를 보라

정책·투자는 단일 수치보다 **범위(박스플롯)**를 봐야 한다.

  • 그린: EFEF와 가동률(Load Factor), 저장·운송 스킴에 따른 분산이 크다.
  • 블루: 포집률·누출률의 하한–상한을 명시하고, MRV 체계로 불확실성을 줄여야 한다.
  • 그레이: 지역·공정 차이는 있지만, 대체로 상대적으로 높은 값이 안정적으로 관측된다.

인증·추적성(GoH)과 “그린워싱 방지” 체크리스트

  1. 추가성(additionality): 전해기에 쓰는 전력은 기존 수요를 갉아먹지 않는 추가 재생에서 와야 한다.
  2. 시간·공간 매칭(24/7, 동전력권역): 시간대 불일치를 줄여 실효 배출을 낮춘다.
  3. 데이터 추적성: 포집률·누출률·전력 EFEF·운송 손실을 **디지털 보증서(GoH)**로 기록.
  4. 영구격리: 블루의 포집 CO₂는 EOR(증진회수) 재방출이 아닌 영구 저장 여부를 검증.
  5. 감사·검증: 제3자 검증·표준화(ISO/EN) 프레임으로 레이블의 신뢰를 높인다.


실무 의사결정 로드맵(요약)

  • 입지 선정: 그린은 재생·그리드 엑세스 최적지, 블루는 가스·저장지 근접이 유리.
  • 공정 선택: ATR+사전(전공정) 포집으로 고포집률 설계, 수전해는 AC→H₂ 효율BOP 최적화가 핵심.
  • 물류 설계: 거리·물량·시황에 따라 압축/액화/암모니아/LOHC 조합 최적화.
  • 계약 구조: 24/7 PPA, **장기 오프테이크(CfD 등)**로 가동률·현금흐름 안정.
  • 지표 관리: 매 분기 kgCO₂e/kg-H₂를 공시하고, 포집·누출·전력 EFEF롤링 업데이트.

흔한 오류와 대응

  • 오류 A: “그린=무조건 최저 배출”
    시간대 미매칭, 액화·크래킹 손실을 넣으면 역전 가능. 대응: 24/7·LCA 전체 반영.
  • 오류 B: “블루=그레이보다 조금 낫다”
    포집률 95% + 저누출이면 대폭 개선 가능. 대응: MRV·영구저장 확보.
  • 오류 C: “운송은 사소”
    → 대형 프로젝트일수록 물류가 LCA의 상수항이 아니라 주요항이 된다. 대응: 조기부터 경로 최적화.


결론: “색깔”을 넘어 데이터와 경계로 판단하자

그린·블루·그레이라는 이름은 출발점일 뿐, 정답은 LCA에 있다. 시스템 경계를 명확히 하고, 전력 배출계수·포집률·누출률·물류 손실 같은 민감도 변수를 투명하게 공개하며, 24/7 매칭과 추적 가능한 인증으로 신뢰를 확보해야 한다. 그러면 “이 프로젝트의 수소 1 kg은 몇 kgCO₂e인가?”라는 질문에 데이터로 답할 수 있고, 진짜 저탄소 수소를 가려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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