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오염의 두 얼굴, 런던스모그와 LA스모그
대기오염은 단순한 환경 문제가 아니라, 수천 명의 생명을 앗아간 재난이자, 현대 환경정책의 출발점이 되었습니다. 그 중심에는 역사상 가장 악명 높은 두 스모그 사건이 있습니다. 1952년 런던 스모그와 1943년 LA 스모그입니다. 이 두 사건은 각각 전혀 다른 원인과 메커니즘을 통해 발생했으며, 오늘날 우리가 대기오염을 바라보는 관점에도 큰 영향을 주었습니다.
런던 스모그: 석탄이 만든 죽음의 안개
▪ 언제, 어디서?
1952년 12월, 겨울 한파가 몰아치던 영국 런던. 시민들은 난방을 위해 대량의 석탄을 태우고 있었고, 이로 인해 엄청난 양의 이산화황(SO₂)과 매연이 대기 중으로 배출되었습니다. 여기에 고기압에 의한 대기 정체와 짙은 안개가 겹치면서, 도시 전체를 회색빛 유독 스모그가 뒤덮었습니다.
▪ 어떤 일이 벌어졌나?
- 단 5일간 약 4,000명 이상이 사망
- 이후 수주에 걸쳐 총 12,000명 이상이 이 스모그로 인해 생명을 잃은 것으로 추정됩니다.
- 대부분이 호흡기 질환자, 노약자, 어린이
▪ 원인은?
- 석탄 연소 → 이산화황(SO₂) + 탄소 입자 + 그을음
- 안개 속 수분과 결합 → 황산(H₂SO₄) 생성
- 대기 아래 갇히면서 시민이 산성 입자를 직접 흡입
📌 런던 스모그는 “고전적 스모그 (London-type Smog)”라고 불리며, 산성 중심의 스모그입니다.
LA 스모그: 햇빛과 자동차가 만든 보이지 않는 독
▪ 언제, 어디서?
1943년 여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하늘은 맑았지만, 갑자기 도시 전체에 매캐한 냄새와 함께 시야를 가리는 갈색빛 안개가 나타났습니다.
시민들은 일본군의 화학공격이라고 오해할 정도로 당황했고, 눈 따가움과 호흡곤란을 호소했습니다.
▪ 원인은?
당시 LA는 자동차 수가 급증하던 시기였고, 햇빛이 강한 도시였습니다.
- 자동차 + 산업 활동 → 질소산화물(NOx) + 휘발성 유기화합물(VOC) 배출
- 햇빛과 반응 → 오존(O₃) 생성
- 여기에 분지 지형 특유의 역전층까지 겹치며 오염물질이 대기 하층에 갇힘
이로 인해 형성된 것이 바로 **광화학 스모그(Photochemical Smog)**입니다.
▪ 피해는?
- 런던처럼 급작스러운 사망자는 없었지만,
- 시민 수천 명이 눈, 코, 목 통증과 함께 불쾌감 호소
- 반복적으로 발생하면서 장기적으로 천식, 만성 폐질환 증가
🔬 두 스모그의 과학적 차이
항목 | 런던스모그 | LA스모그 |
발생 계절 | 겨울 | 여름 |
주요 원인 | 석탄 연소 | 자동차 배기가스 |
주요 오염물질 | SO₂, PM | NOx, VOC → 오존(O₃) |
대기 조건 | 고습도, 안개, 정체 대기 | 햇빛, 고온, 역전층 |
반응 메커니즘 | 화학적 산성 반응 | 광화학 반응 |
피해 양상 | 단기적 대규모 사망 | 반복적, 장기적 건강 악화 |

🧭 그 이후,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
- 영국은 1956년, 세계 최초의 대기환경법인 Clean Air Act를 제정
- 석탄 사용 규제
- 연료 전환 및 굴뚝 규제
- 미국은 캘리포니아주를 중심으로 배기가스 규제, 자동차 촉매장치 의무화 등의 강력한 정책 도입
이 두 사건은 환경 정책의 기틀을 마련한 역사적 전환점이 되었으며, 오늘날까지도 대기질 개선의 교훈으로 회자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