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서론: “kWh/㎏-H₂”의 시대
수전해 산업은 본질적으로 전기를 투입해 화학에너지를 생산하는 장치 산업이다. 따라서 경제성은 크게 네 가지로 압축된다.
- 효율: 1㎏의 수소를 얻기 위해 얼마나 적은 kWh가 필요한가(AC→H₂ 기준).
- 내구: 해당 성능을 얼마나 오래(시간·사이클) 유지하는가.
- 희소금속·소재 의존도: 성능과 내구를 받쳐주는 촉매·막·분리판의 공급망 리스크.
- 시스템·운영 전략: 전력 가격·가동률·정비 계약 등 TOTEX(총비용) 관점의 최적화.
효율을 높이려다 전류밀도를 무리하게 끌어올리면 과전압·열 스트레스로 내구가 떨어지고, 귀금속(예: 이리듐) 사용량을 줄이면 장기 안정성이 흔들린다. 이 상충관계가 바로 트릴레마이다.

2. 원리와 기본 스펙
2.1 알칼라인(ALK)
- 원리: 수산화칼륨(KOH) 수용액을 전해질로 쓰고, 다공성 격막을 사이에 두어 양극/음극 반응을 분리한다.
- 특징: 기술 성숙도 높고 CAPEX가 낮다. 대형화(수십 MW~수백 MW) 경험이 풍부하고 부품 수급이 비교적 안정적이다.
- 한계: 동적 응답이 느리고(부분부하 추종성 제한), 기체 크로스오버와 전해액 관리가 과제이다.
2.2 PEM(고분자전해질막)
- 원리: 양이온 교환막(PEM)을 전해질로 사용한다. 물은 양극에서 산소를, 음극에서 수소를 생성하며, 프로톤이 막을 통해 이동한다.
- 특징: **고전류밀도(1~3 A·cm⁻²)**와 빠른 응답이 강점이다. 재생에너지의 변동을 따라가는 부하추종 운영에 적합하다.
- 한계: 이리듐·플래티넘 등 귀금속 촉매 의존도가 높고, 막 내화학·기계적 내구가 관건이다.
2.3 SOEC(고온 수전해)
- 원리: 세라믹 고체산화물 전해질(예: YSZ)을 사용해 700~850℃ 고온에서 수증기를 전기분해한다. 열을 많이 사용하므로 전기 소모가 이론상 최소에 근접한다.
- 특징: 공정열·원전열 등 외부 열원과 결합 시 전력 소모를 크게 줄일 잠재력이 있다. CO₂ 공동전해로 합성가스를 바로 만드는 응용도 가능하다.
- 한계: 고온에서의 열충격·밀봉·세라믹 내구 문제가 까다롭고, 잦은 시동/정지는 수명에 치명적이다.
3. 성능 지표: 효율·전류밀도·전압·응답성
3.1 효율(전압 기반)
셀 수준에서 전압 VV는 가역전압(열역학적 최소) + **과전압(활성화·저항·농도)**의 합으로 표현된다. 같은 전류밀도에서 전압이 낮을수록 효율이 높다. 그러나 전류밀도를 올리면 생산량은 늘지만 과전압 증가로 전압이 상승하여 효율이 떨어지고, 열·물관리 스트레스가 커져 내구가 감소한다.
- ALK: 통상 0.4~0.8 A·cm⁻²에서 1.95~2.2 V 범위의 운전이 보편적이다.
- PEM: 1~3 A·cm⁻²에서도 1.8~2.0 V 수준 운전이 가능하나, 촉매·막 열화를 잘 관리해야 한다.
- SOEC: 고온에서 이론 전압이 낮아 1.3 V 이하의 유효 전압도 가능하지만, 시스템 복잡도가 크다.
3.2 응답성·부분부하
- PEM은 재생에너지의 분 단위 변동을 비교적 부드럽게 추종한다. 반면 ALK는 전해액·전극 계면의 동적 특성으로 기동/정지·부분부하 운전에서 효율·수명 손실이 발생하기 쉽다.
- SOEC는 온도 유지가 생명이다. 잦은 ON/OFF는 열충격으로 스택 균열을 유발할 수 있어, 베이스로드에 가깝게 운영하는 편이 유리하다.
3.3 시스템 효율(AC→H₂)
카탈로그 스펙에서 흔히 누락되는 것이 BOP 손실이다. 고압 생산(중간압 전해)과 저압 생산 후 압축 간 최적점은 프로젝트별로 다르다.

4. 내구성과 열화 메커니즘
4.1 촉매
- PEM 양극(OER): 이리듐(Ir) 기반 촉매는 고전압·고산화 환경에서 용출·재배열이 발생한다. 로딩(㎎·cm⁻²)을 줄이면 CAPEX는 낮아지지만 수명·내구의 불확실성이 커진다. Ru와의 합금·코어–셸 구조, 도핑/서포트 최적화가 대안으로 연구되고 있다.
- ALK: 니켈 기반 촉매는 비교적 저렴하나, 고전류 장기 운전에서 표면 구조 변화·산화/환원 사이클에 따른 성능 저하가 나타난다.
4.2 막·분리판·GDL
- PEM 막(멤브레인): 라디칼 공격(과산화 라디칼), 수분 관리 실패에 따른 크랙·가스 크로스오버가 대표적이다. 막 두께를 줄이면 저항은 낮아지나 기계적 강도·수명이 악화될 수 있다.
- 분리판·GDL: 부식·용출 금속 이온이 막 오염을 유발하고, 대류·확산 문제가 겹치면 국소 과열로 이어진다.
4.3 SOEC 특이 이슈
- 세라믹 전해질(예: YSZ)과 신터링·밀봉 소재의 장기 안정성, 열팽창 계수 차이가 핵심 과제다. 수증기 품질·온도 그래디언트 관리가 부실하면 균열·전해질 손상이 급증한다.
5. 귀금속·소재(희소금속) 트릴레마
5.1 이리듐(Ir) 의존
PEM의 병목은 단연 이리듐이다. 지구 생산량이 적고 가격 변동성이 크다. 로딩을 절반으로 줄이는 기술이 등장하더라도, 대규모(수백 GW) 보급 시에는 여전히 공급망이 탓이 된다. 따라서 Ir 사용량 최소화 + 성능·수명 보증이 동시 달성되어야 한다.
5.2 니켈·합금, 세라믹 공급
ALK는 니켈 중심이라 공급이 비교적 수월하지만, 고성능화를 위한 합금·코팅은 비용을 올린다. SOEC는 세라믹 스택·밀봉 소재의 대량 안정 공급이 관건이며, 열충격 내성을 갖춘 신소재 개발이 중요하다.
6. CAPEX·OPEX·TOTEX: ‘가성비’가 아니라 ‘총비용 최적화’
6.1 CAPEX만 보지 말 것
저CAPEX 장비라도 가동률이 낮거나 효율·내구가 떨어지면 kWh/㎏-H₂와 교체주기, 다운타임으로 TOTEX가 악화된다. 반대로 CAPEX가 다소 높더라도 **장기 성능보증(Degradation Curve)**과 **가용률(Availability ≥97~98%)**이 확보되면 금융조달 측면에서 더 유리하다.
6.2 OPEX의 구성
- 전력비가 지배적이다. 전력단가·부하추종 프리미엄·수요요금까지 고려해야 한다.
- 소모품(막·촉매·필터·실란트), 정비 인건비, 스택 리퍼브 가격이 뒤를 잇는다.
- 수처리·건조·압축 에너지, 열통합(특히 SOEC) 여부가 변수다.
6.3 계약 구조
- **장기 PPA(24/7 매칭)**로 전력의 탄소·가격 리스크를 줄인다.
- 장기 O&M 계약과 성능보증(예: 5~10년, 시간당 성능 하락률 상한)으로 은행 가능성을 높인다.
- 스택 교체주기·가격을 명시하고, 예비 스택·부품을 포함한 Spare Strategy를 설계한다.

7. 스케일업 과제: MW에서 GW로
7.1 모듈화와 표준화
- 1~5 MW 스키드를 표준화하여 공장 규모(100~500 MW)의 병렬 확장을 노린다.
- 배관·밸브·제어·안전 PLC 등 BOP를 공용화해 조달·시공 Lead Time을 줄인다.
7.2 공장·현장 통합
- 열통합: SOEC는 인근 공정의 폐열을 활용하면 AC 전력을 줄일 수 있다. ALK/PEM도 저온 폐열로 건조·온수 예열을 최적화한다.
- 공간·환기·안전: 수소 감지·배기, 방폭 등 Regulatory 요건을 조기에 반영해 변경 비용을 줄인다.
7.3 디지털 운영
- 센서 기반 진단(전압 분포, 임피던스, 가스 순도)과 **예측정비(PdM)**로 계획외 다운타임을 줄인다.
- 부하 최적화 알고리즘: 전력가격·PPA·재생발전 예측을 반영해 가동률×효율×수명의 총합을 최대화한다.
8. 트릴레마를 푸는 다섯 가지 기술 전략
- Ir 로딩 저감 + 구조 혁신(PEM)
- 코어–셸, 고분산 서포트, 나노구조화로 활성면적을 극대화하면서 로딩을 줄인다.
- 목표: Ir 사용량 50%↓ 이상, 동일 수명·성능 보증.
- 막·인터페이스 내구 강화(PEM/ALK)
- 라디칼 스캐빈저, 가교화/복합막, 분리판 코팅 등으로 **전압 상승률(dV/dh)**을 낮춘다.
- ALK의 동적응답 개선
- 전해액 관리 자동화, 전극 표면 개질로 부분부하 효율·응답성을 2~3배 개선하는 로드맵.
- SOEC 열통합·스타트업 전략
- **온도 유지(Hot Standby)**와 완만한 램프로 열충격을 줄이고, 공정열 연계를 통해 AC→H₂ 10~15% 개선 목표.
- 시스템 레벨 최적화
- 고압 생산 vs 저압+압축의 총에너지/총비용 비교, 건조·순도 요구를 용도별로 차등 설정.
- 전력·열·가스 품질의 표준화와 현장-제조사 데이터 연동으로 성능 편차를 축소한다.
9. 2030/2035 로드맵 KPI(예시 목표치)
- PEM: i=2 A·cm⁻²에서 셀 전압 ≤1.85 V, Ir 로딩 50%↓, ≥80,000 h 내구.
- ALK: i=0.8 A·cm⁻²에서 ≤1.95 V, 부분부하 효율 손실 50%↓, 유지보수 자동화.
- SOEC: 열통합형 AC→H₂ 10~15% 개선, 열충격 1,000사이클 이상, ≥40,000~60,000 h 수명.
- 시스템: Availability ≥98%, OPEX/kWh 20%↓, 안전·품질 표준(순도/수분/잔류 산소) 상향.
10. 결론: ‘최고 성능’이 아니라 ‘최적 조합’이 승리한다
수전해 경쟁의 승자는 단일 스펙 시트가 아니라, 효율–내구–희소금속의 균형을 시스템·운영·금융까지 묶어 TOTEX 최소화를 달성하는 팀일 것이다.
- PEM은 변동 재생과의 동적 결합에서, ALK는 저CAPEX·대형화·단순 운영에서, SOEC는 열통합·합성가스 응용에서 각자의 **‘맞는 자리’**가 분명하다.
- 프로젝트 단계에서부터 24/7 전력·가동전략·부품조달·정비계약을 패키지로 설계해야 한다. 그래야 진짜 kWh/㎏-H₂의 하강 곡선을 현실로 만들 수 있다.
그린·블루·그레이 수소의 LCA 비교: 탄소발자국과 시스템 경계의 함정
"색깔(컬러)만 보면 틀린다" 수소를 설명할 때 흔히 그린(재생 전력 기반 수전해), 블루(개질+CCUS), 그레이(개질, 포집 없음)로 나눈다. 이 분류는 직관적이지만, 전 과정(원료 채굴→생산→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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