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들어 기후변화와 대기오염 문제는 인류가 직면한 대표적인 환경·사회적 도전 과제가 되었다. 특히 대도시의 경우 인구 밀집, 교통량 증가, 산업 활동 집중으로 인해 미세먼지(PM2.5), 질소산화물(NOx), 오존(O₃) 등 다양한 대기오염 물질이 심각한 수준에 이르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전기자동차(Electric Vehicle, EV)의 보급 확대는 온실가스 감축뿐만 아니라 도시 대기질 개선을 위한 핵심 전략으로 주목받고 있다. 본 글에서는 전기차 보급이 실제로 대기질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국내외 사례와 학술 연구를 토대로 심층적으로 고찰하고자 한다.
내연기관차와 전기차의 배출 특성 비교
내연기관차(Internal Combustion Engine Vehicle, ICEV)는 연료 연소 과정에서 직접적으로 대기오염 물질을 배출한다. 특히 휘발유 및 경유 차량에서 배출되는 NOx와 PM은 도시 대기질 악화의 주된 요인으로 꼽힌다. 반면 전기차는 주행 과정에서 배기가스를 배출하지 않기 때문에 도심 지역의 직접적 오염원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
그러나 전기차의 환경적 기여도를 논할 때는 전력 생산의 에너지원 구조를 고려해야 한다. 석탄발전 비중이 높은 국가에서는 전기차 보급이 온실가스와 대기오염 저감 효과를 제한적으로 나타낼 수 있다. 반대로 재생에너지 비중이 높을수록 전기차의 대기질 개선 효과는 극대화된다. 즉, 전기차 보급 정책은 전력 부문의 탈탄소화 정책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
도시 대기질과 전기차의 상관관계: 학술 연구 결과
다수의 연구에서 전기차 확산이 도심 대기질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결과가 보고되었다.
- 미국 캘리포니아 연구: 캘리포니아 대기자원위원회(CARB)는 전기차 보급률이 높은 지역일수록 NO₂ 평균 농도가 유의미하게 감소한다는 분석을 발표하였다. 2010~2019년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이 연구에 따르면, 전기차 1만 대 증가 시 NO₂ 농도가 약 0.41 ppb 낮아지는 효과가 관찰되었다.
- 중국 베이징 사례: 중국은 대기오염이 심각한 국가 중 하나로, 전기차 보급을 국가 전략으로 추진해왔다. 베이징시의 경우 2014~2019년 사이 전기차 보급이 급격히 늘었으며, 이에 따라 교통 부문에서 기인하는 PM2.5 농도가 평균 7% 이상 감소한 것으로 보고되었다.
- 국내 서울 사례: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KEI)의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서울시 전체 차량의 30%가 전기차로 대체될 경우 교통 부문 미세먼지(PM2.5) 배출량이 약 40% 줄어드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도시민의 건강부담 감소에도 직결될 수 있다.
전기차 보급의 간접적 대기질 개선 효과
전기차의 보급 확대는 단순히 차량 배출가스 저감에 국한되지 않고, 여러 간접적 효과를 통해 대기질 개선에 기여한다.
- 교통 패턴 변화: 전기차 충전 인프라 구축은 도시 교통계획의 변화를 유도하며, 이는 도심 교통 혼잡 완화 및 배출가스 분산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 친환경 인식 확산: 전기차 이용자의 증가는 사회 전반에 친환경 교통수단에 대한 인식을 강화하여 대중교통, 자전거, 전동킥보드 등 저탄소 이동수단의 수요 증가로 이어진다.
- 소음 공해 완화: 전기차는 내연기관차 대비 소음이 적기 때문에 교통 소음으로 인한 환경적 부담을 줄이며, 이는 도시 거주자의 삶의 질 향상과도 직결된다.
대기질 개선 효과의 한계와 고려사항
전기차 보급이 대기질 개선에 기여하는 것은 분명하지만, 동시에 몇 가지 한계점도 존재한다.
- 전력 생산 단계 배출: 앞서 언급했듯, 전기차의 충전 전력원이 화석연료 위주일 경우 대기질 개선 효과가 도심에서만 국지적으로 나타날 수 있다. 발전소 인근 지역은 오히려 대기오염 부담이 증가할 수 있다.
- 비배출 오염원 문제: 전기차도 타이어 마모, 브레이크 마모 등 비배출(non-exhaust) 미세먼지 발생에서는 내연기관차와 크게 다르지 않다. 따라서 전기차 보급만으로는 도시 대기질을 완벽하게 개선하기 어렵다.
- 배터리 생산 과정의 환경부담: 리튬, 코발트 등의 채굴 및 가공 과정에서 환경 파괴와 국지적 오염 문제가 발생한다. 따라서 전기차 보급 확대는 지속가능한 배터리 산업과 함께 논의되어야 한다.
정책적 시사점
도시 대기질 개선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단순한 전기차 보급 확대 정책을 넘어, 에너지·교통 부문을 포괄하는 통합 전략이 필요하다.
- 전력 탈탄소화: 재생에너지 확대, 스마트 그리드 도입 등을 통해 충전 전력의 청정성을 높여야 한다.
- 충전 인프라의 분산적 배치: 대기오염 취약지역에 충전소를 우선 설치함으로써 환경적 형평성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
- 비배출 오염원 관리: 저마모 타이어, 회생제동 기술, 친환경 도로 설계 등과 같은 보완책을 마련해야 한다.
- 대중교통과의 연계: 전기버스, 전기택시 등 대중교통 전동화 정책을 병행할 경우 대기질 개선 효과는 더욱 확대된다.
전기차 보급 확대는 도시 대기질 개선에 있어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내연기관차 대비 주행 중 배출가스를 거의 발생시키지 않기 때문에 NOx, PM2.5와 같은 주요 오염물질의 저감 효과가 분명하다. 그러나 전력 생산 구조, 비배출 오염원, 배터리 생산 단계 등 복합적인 요소를 고려해야만 전기차의 진정한 환경적 기여를 평가할 수 있다.
따라서 전기차 보급 정책은 전력 부문의 탈탄소화, 대중교통 전동화, 비배출 오염원 관리와 함께 추진되어야 한다. 이러한 종합적 접근을 통해서만 전기차는 도시민의 건강 증진과 지속가능한 대기질 개선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