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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양오염 문제는 과학과 기술, 법과 제도의 영역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지속가능한 환경을 위한 실질적 변화는 결국 시민사회와 거버넌스 체계의 작동에 달려 있다. 본 글에서는 국내외 시민사회가 토양오염 문제에 어떻게 대응하고 있으며, 이를 제도와 연결하기 위한 거버넌스 구조의 개선 과제를 짚어본다.
1. 시민사회의 등장과 역할
토양오염은 대체로 눈에 잘 띄지 않고 장기간 축적되기에, 지역 주민의 문제 제기와 감시 없이는 발견되기 어렵다.
- 주민 제보와 조사 활동: 2019년 전북 익산 장점마을의 암 집단 발병은 주민들이 악취와 공장 배출에 대해 지속적으로 문제를 제기한 결과 밝혀졌다.
- 환경단체의 과학기반 활동: 환경운동연합, 녹색연합 등은 현장 채취 및 시료 분석, 독립적인 오염지도 작성 등을 수행하며 공공기관의 미흡한 조사에 대안 제시
2. 시민참여 기반 거버넌스 사례
- 독일 – 시민 과학(Citizen Science) 프로그램
- 토양·수질·대기 데이터를 시민이 직접 측정하여 국가 환경 DB에 기여
- 과학자·정부·시민이 함께 오염을 인식하고 해결안을 모색
- 영국 – 지역계약(Local Environmental Contracts)
- 산업부지 주변 지역주민과 기업이 환경안전 기준, 정화 계획 등을 공동 수립
- 지방정부는 중재자 역할 수행
- 한국의 한계
- 정보 비대칭: 주민은 정화 계획, 오염 수치 등에 접근하기 어렵고, 기관은 주민 요구를 부담으로 간주
- 참여 구조 부재: 정화 계획 수립이나 오염조사 단계에서 시민 의견이 반영되는 공식 절차 거의 없음
3. 정보공개와 감시 시스템의 문제
- 토양정보 DB의 단편성: 환경부, 지자체, 민간이 각자 조사한 데이터를 통합할 시스템 부재
- 정화이행 모니터링 부족: 정화 완료 후 장기 추적 감시가 없어, 부실 시공이나 재오염 가능성 높음
- 피해자 권리구제 통로 미흡: 토양오염 피해는 건강영향 입증이 어렵고, 민사소송 중심 구조라 시간·비용 부담 큼
4. 개선을 위한 시민참여형 제도 제언
- 토양오염 공개 의무 강화
- 오염 조사 결과, 정화 계획, 정화 이후 경과 정보를 인터넷 GIS 기반으로 공개
- 주민 누구나 해당 지역 토양 상태를 확인할 수 있도록 시스템 마련
- ‘지역 토양관리 협의체’ 구성
- 주민, 지자체, 전문가, 기업이 공동 참여하여 오염현황 평가, 정화 우선순위 선정, 복원 모니터링 실시
- 협의체 결정사항은 행정계획에 반영
- 환경감시 시민역량 강화 프로그램
- 주민 대상 토양 시료 채취법, 오염물 분석 교육 등 제공
- 시민과학 도구(간이 오염측정기 등) 보급
- 피해구제 패스트트랙 제도 도입
- 토양오염 피해에 대해 일정 조건 충족 시 사전배상 및 정화의무 부과 가능한 절차 마련
- 환경부 산하 독립기구 설립 검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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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결론
토양오염은 더 이상 전문가나 정부의 몫만이 아니다. 시민이 조사하고, 감시하며, 대안을 제시하는 구조가 정착되어야 지속가능한 토양정책이 가능하다. 한국의 토양정책은 법제와 기술은 진보하고 있으나, 참여 민주주의 기반의 거버넌스는 미비하다.
따라서 다음과 같은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
- “시민 없는 정책”에서 → “시민 주도형 환경관리”로
- “결과 중심 행정”에서 → “과정 중심 소통 시스템”으로
환경이 살아야 도시가 살고, 도시가 지속 가능해야 시민도 건강하다. 보이지 않는 토양을 지키기 위한 시민사회의 역할은 앞으로 더욱 중요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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