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해상풍력–수전해 하이브리드: 계통 혼잡을 넘어서는 두 번째 오프테이커

반응형

해상풍력은 바람 자원이 풍부하고 용량계수가 높지만, 전력계통 접속 지연과 혼잡비용이 프로젝트 가치를 갉아먹는 경우가 잦다. 해상에서 곧바로 물을 전기분해해 수소를 만들고, 이를 파이프라인이나 선박으로 이송하는 해상풍력–수전해 하이브리드는 이러한 병목을 우회하는 대안이다. 본 글은 기술구성, 운전·제어, 수송·안전, 경제성, 한국 적용 시사점을 실무 관점에서 정리한다.

 

반응형

1. 시스템 아키텍처: 전기 보내기 vs 수소 보내기

옵션 A: 육상 전해
풍력 단지에서 HVAC/HVDC로 전력을 육상 변전소까지 이송하고, 내륙 허브에서 대용량 전해(PtX 포함)를 가동하는 형태이다. 유지보수가 쉽고, 기존 계통과 유연하게 연동할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다. 단, 송전 인프라 CAPEX·허가·혼잡비용이 크면 경제성이 약화한다.

옵션 B: 해상 전해
터빈 전력을 해상 플랫폼(고정식/부유식)의 전해 모듈에 직결한다. 과잉발전을 수소로 전환해 커테일먼트 손실을 줄이고, 계통 접속 지연을 회피할 수 있다. 대신 해상 O&M 난이도, 안전 등급, 가동률 리스크가 커진다. 실무에서는 A와 B를 혼합해 **육상 전해 60–80% + 해상 전해 20–40%**처럼 단계적으로 확대하는 형태가 현실적이다.

 


2. 전해기술 선택과 해상화 패키징

  • PEM 전해: 고전류밀도, 빠른 램핑, 콤팩트 설계가 장점이라 컨테이너/스키드화에 유리하다. 부식성 염무 환경에서 케이스·코팅·염무 필터링을 강화해야 하며, 초순수 요구와 이리듐 사용량 관리가 과제이다.
  • AEL: CAPEX가 낮고 대형화가 쉽지만, 순환 전해액·탈기·가스 분리 장치 등 부대설비가 커져 해상 공간 효율이 떨어질 수 있다.
  • SOEC: 고온·증기 전해로 전력소비를 줄일 수 있으나 열원·열관성·열충격 관리가 필요하다. 해상 적용은 중장기 과제로 보고, 육상 PtX 허브와 열통합을 먼저 검토하는 편이 합리적이다.

해상 패키징의 기본은 **N+1 모듈冗長, 방폭 구획, 상부 배기·자연환기, 2oo3 가스검지, 단계적 ESD(비상정지)**이다. O₂ 동시 생산에 따른 격리·배출 설계와 염무·결로에 강한 계측·전기품 선택이 필수이다.


3. 물과 열: SWRO·열 카스케이드

수전해 1 kg-H₂당 약 9–10 kg의 물이 필요하므로, 해상에서는 소형 SWRO(해수담수화) 유닛을 붙인다. SWRO 전력소비는 전해 대비 비중이 작지만, 스케일·부식 관리, 브라인 방류 희석, 소음·진동 제어가 중요하다. 생산 공정에서 발생하는 **저온·중온 폐열(압축기, 전력변환기, PtX 합성부)**을 전해수 예열·SWRO 전처리에 돌리는 열 카스케이드를 구성하면 보조동력을 절감할 수 있다.


4. 수소 처리와 이송: 압축·건조·저장·운반

  • 압축·건조: 해상 전해 수소는 수분·산소 슬립을 매우 낮은 수준으로 정제해야 한다. 막건조기+흡착식(PSA) 조합이 일반적이다.
  • 저장·버퍼: 30–100 bar의 기체 버퍼탱크를 두어 바람 변동과 설비 정지를 흡수한다. BOG 이슈가 큰 LH₂보다는 초기엔 기체 저장+압축이 현실적이다.
  • 파이프라인: 단거리–중거리, 대용량 연속 이송에 유리하다. 수소취성 대응 강재 등급, 용접부 NDE, 캐소드 보호 제어, 수분·질소 관리가 핵심이다.
  • 케미컬 캐리어: 현장에서 암모니아·메탄올로 전환해 탱커로 보내면 장거리·대규모 물류가 쉬워진다. 대가로 합성 CAPEX·열·촉매가 추가된다.
  • LH₂/LOHC: LH₂는 높은 체적밀도가 장점이나 극저온·보일오프 관리가 어렵다. LOHC는 상온 액상 물류가 쉽지만 탈수소화 열 수요가 크다.

 


5. 전력 계통과의 경계조건: HVAC/HVDC, 혼잡, 보조서비스

해상단지–육상 간 거리가 짧고 규모가 중소형이면 HVAC, 장거리·대용량·복수 단지 연계는 HVDC가 유리하다. 하이브리드 프로젝트는 계통 판매·보조서비스 참여수소 생산을 시간대별로 전환한다. 규칙은 간단하다.

  1. 전력가격이 임계값 이하면 전해 부하를 끌어올린다.
  2. 혼잡·커테일먼트가 예고되면 전해 100%+버퍼 충전으로 전환한다.
  3. 고가 전력 시간에는 수소 생산을 줄이고 계통 판매·보조서비스로 수익 스태킹을 한다.
    이때 **전해 가동률(CF)**과 합성/압축 라인의 연속운전성을 함께 최적화하는 디스패치가 관건이다.

 


6. 운전·정비: 가동률을 지키는 세 가지 장치

  • 모듈冗長과 핫스왑: 수전해·정제·압축 스키드를 표준화하고, 고장 모듈은 즉시 격리·교체한다.
  • 기상 윈도우 스케줄링: 파고·풍속 예측에 따라 예방정비를 묶어서 시행하고, **원격감시·상태기반 정비(CBM)**로 출동 횟수를 줄인다.
  • H₂ 버퍼 운영 규칙: 버퍼 하한 재고를 설정해 합성/압축 라인의 불시 정지를 피하고, 저풍 시에도 최소 생산을 유지한다.

7. 안전·규제: 해상 특화 리스크와 대응

수소는 가연범위가 넓고 최소점화에너지가 낮다. 해상 설비는 상부 축적을 막는 자연환기 우선, 상향 배기, 방폭 구역 분류(Zone 1/2), Ex 장비 선택, IR/UV 화염검지가 기본이다. LH₂를 쓸 경우 공기 응축–산소 농축 위험과 보일오프를 설계에 반영한다. 비상 시나리오는 ESD-1(비필수 정지·배기 증속) → **ESD-2(격리·블로우다운·대피)**의 단계적 로직을 채택하며, 소방·해경·항만청과 연동한 훈련이 필수이다.


8. 경제성: LCOH를 좌우하는 네 가지

  1. 전해 CAPEX와 가동률: 전해 CAPEX 비중이 크므로 PPA 믹스·재생 오버빌드·버퍼로 CF를 방어해야 한다.
  2. 해상 패키지 CAPEX: 플랫폼/부유체, 상치·크레인, 방폭·센싱·환기, SWRO 등 해상화 비용이 더해진다. 모듈 표준화와 시리즈 증설로 단가를 낮춘다.
  3. 수송 CAPEX/OPEX: 파이프라인 vs 케미컬/액화 선박의 거리·톤수 함수이다. 항만 허브와의 결합이 중요하다.
  4. O&M·기상 리스크: 정비선·헬기·윈드팜 접근 제한이 비용을 키운다. 원격·CBM·예비품 풀로 완화한다.
    정책적으로는 CfD, 청정수소/연료 인증(추적성·시간매칭), 항만 인프라 보조가 WACC를 낮추는 열쇠이다.

9. 한국 적용 시나리오

서남권 고정식, 울산 부유식이 대표 후보지이다. 여수·울산·부산 항만에는 이미 암모니아·메탄올 터미널과 석유화학 수요가 있어 케미컬 전환 허브와의 연계가 자연스럽다. 내륙에는 수소 배관 백본·소금동굴 저장을 병행하면 계절 완충이 가능하다. 태풍·어업권·항로·환경영향평가를 초기부터 통합하고, **주민수용성 패키지(지역 일자리·재원환원·안전 공개)**를 병행해야 한다.


10. 로드맵 제안

  1. 1단계(단기): 육상 전해 중심 + HVAC/HVDC, 커테일먼트 시간대 전해 부하 증대.
  2. 2단계(중기): 10–50 MW급 해상 PEM 파일럿 + 기체 파이프라인/암모니아 허브 연계, 모듈冗長·운영 데이터 축적.
  3. 3단계(장기): 부유식 대형화, SOEC/열통합 및 **현장 케미컬 전환(e-MeOH/암모니아)**으로 확장, 항만 허브–산단 수요와 본격 통합.

결론

해상풍력–수전해 하이브리드는 계통 접속 대기·혼잡비용을 줄이고, 재생전력의 간헐성을 수소라는 저장·운반 가능한 에너지 캐리어로 전환하는 전략이다. 성공 조건은 명확하다. 전해는 유연하게, 합성/압축 라인은 안정적으로, 버퍼는 든든하게 운영해야 한다. 한국에서는 항만–산단 허브–배관 백본을 잇는 구조가 자연스럽고, 단계적 파일럿로 리스크를 낮추며 표준·운전 데이터·자본비를 동시에 축적하는 것이 최단 경로이다. 

반응형